보이지 않는 이야기: The Unseen Story
Jin Joo Hee 진주희
그림 속 여인과 처음 만난 날 그 여인이 제게 말을 건네오는 것 같았습니다.
꼭 다문 입술과 슬픈 눈으로 '다 괜찮다고, 너를 이해한다고'하는 것만 같더군요.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어떤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말로 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회화는 일종의 언어적 영점에서 아무 할 말이 없을 때 시작되는 것이죠.
"책 한 권이 '이 위대한 책'과 '이 쓸모없는 책'이라는 두 이름으로 불리지요. 칭찬이나 비난이나 아무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아니, 평가를 한다는 것은 즐거운 오락거리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어떤 일보다도 더 쓸모없는 일이며,
평가하는 사람들이 정한 법칙에 굴복하는 것은 더없이 비굴한 태도입니다.
여러분이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그 글이 몇 세대에 걸쳐 가치가 있을지, 아니면 단지 몇 시간 동안만 빛이 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버지니아 울프, <자기 만의 방> 중 발췌)
그림 속 여인은 완벽하지 못해 스스로를 자책하던 제게 이렇게 말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이 '이 여인'과 만난다면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 지 궁금해집니다.
글. 독립기획자& 엘리펀트프리지 대표 이정훈
작가 노트 (Artist's Note)
짧은 순간 타인에게 보여지는 삶의 단면은 평화로워 보인다.
어떤 시간을 지내왔으며 어떤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지, 우리는 모른다.
보기 좋게 차려입은 사람
길 골목에 피어있는 조팝꽃
어딘가 응시하는 시선
반쯤 녹아내린 초
대상이 그저 기능하는 자체로의 의미가 아닐 때
이야기는 존재하게 되고 한편에 자신의 자리를 잡는다.
오늘도, 내일도 가로등은 밤길을 비추며
그것은 때로는 희극이고 때로는 비극이다.
이야기의 주체에 따라 대상이 가진 의미가 유동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모호성을 띠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순간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으므로,
언뜻 보기엔 평이한 일상의 단면에 이질적인 감정을 쌓아 올린다.
진주희
오시는 길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97길 20-4, 엘리펀트프리지
전시 공간 주변 주차가 불가합니다.
인근 공영 주차장(봉은사 및 코엑스몰)주차장 이용을 부탁드립니다.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2번 출구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5시
10am - 5pm
매주 토, 일요일 및 공휴일 휴무
Weekend and Holiday O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