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사람 만을 위한 전시:
"당신에게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요?"
Israel Ahumada, 피정숙, 한덕자, 김신숙, 박남지, 남정순, 박승원, 김혜원
어느 날 웰다잉(좋은 죽음)에 대해 강의하는 지인 분께서 몇 장의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전시를 하면 어떨까 물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빨간색을 입고 지하철 의자에 앉아있는 할아버지, 벤치에 앉아 마스크를 쓴 채 졸고 계신 할머니, 들에 핀 평범한 장미, 식탁 위에 삐딱하게 놓인 책을 찍은 사진이 처음엔 뭔가 싶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매력적인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70세 이상 되신 독거노인 분들께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좋은 죽음'을 사진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말을 듣고 제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서툴고 촌스러운 사진에서, 남아있는 모든 에너지를 태우며 후회 없이 살고, 삶을 기록하면서 죽음을 준비하며, 죽음이 가까이 있음을 받아들이면서 익숙한 곳에서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그분들의 소망을 읽었습니다. 동시에 언젠가 마주하게 될 저의 마지막 날들을 상상해보게 되었습니다.
전시장에서 상영할 이스라엘 아우마다(Israel Ahumada) 감독의 영화 <파우스토 인 더 다크 Fausto in the dark>(2017) 를 보면서 돌아가신 엄마가 떠올랐습니다. 외롭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실 때도 잘 느끼지 못했던 엄마의 지독한 외로움을 돌아가신 지 5년이 다 된 지금에야 영화 속 주인공을 통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불치병 진단을 받고 돌아가시기 까지의 과정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고, 진료실에서 불치병 진단 받던 순간 암이 아니라 다행이라 말하던 엄마의 텅 빈 표정과 연명 치료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하라는 의사의 말에 병원 복도에 앉아 하염 없이 눈물을 흘리던 순간, 밤새 온 병동을 울리는 짐승의 울음 같던 엄마의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괴로워하며 듣던 순간, 자다 깨서 부스스한 머리의 젊은 의사가 메마른 목소리로 엄마의 사망을 선고하던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그런 순간, 순간들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저릿하고 손발이 뻣뻣해지는 걸 느낍니다. 73세에 불치병 진단을 받고 몇 개월 후에 돌아가셨지만, 엄마는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도 자신에게 닥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셨습니다.
준비 안 된 죽음을 맞는 건 본인에게도 자식에게도 힘든 일이라는 걸 경험했기에 저는 현재의 삶 속에서 자주 죽음을 떠올리려 노력합니다. 그러다보면 제게 주어진 '오늘'을 잘 살아야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건강하고 행복할 때는 누구나 죽음은 자신과는 상관 없는 일로 생각합니다. 죽음은 어둡고 두려워서 저 멀리 치워버리고 싶은 존재니까요.
그러나 막상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와 이별을 경험하고 나면 죽음이 무엇인지, 나는 삶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 전시에는 오직 당신 만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전시장 안에서 홀로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에게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요?'
글. 독립기획자 & 엘리펀트프리지 대표 이정훈
오시는 길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97길 20-4, 엘리펀트프리지
전시 공간 주변 주차가 불가합니다.
인근 공영 주차장(봉은사 및 코엑스몰)주차장 이용을 부탁드립니다.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2번 출구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5시
10am - 5pm
매주 토, 일요일 및 공휴일 휴무
Weekend and Holiday O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