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점으로 된 사람들

신문은 앞과 뒤가 구분되는 종이에 여러 사건이 이미지와 함께 일정한 구조로 배치된 매체이다. 이미지와 해당 텍스트의 볼륨은 편집자의 판단에 따라 일련의 '중요도'를 부여 받아 구성된다. 한 장의 '앞뒤'에 인물들이 등을 맞대고 있어 결코 마주할 수 없고, 한 페이지에 나뉘어 배치된 인물들 역시 서로를 인지할 수 없다. 나는 이러한 평면적 구성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한다.


보도 사진에서 인물을 채집해 실물 크기에 가깝게 확대하고, 이를 투명한 필름에 인쇄해 여러 겹의 레이어로 구성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레이어 구조로 설정했다. 투명한 비닐에 인쇄된 이미지들은 공간 안에서 서로 겹쳐지고, 그 사이를 관람객이 직접 지나며 머무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각기 다른 시공간에 존재했던 사람들이 한 공간에 함께 놓이고, 관람객 역시 그 사이에 들어서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보도 사진 속 인물들은 보통 사건을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처럼 다뤄지곤 한다. 그들은 특정한 맥락에 갇힌 채 기능적으로 소비된다. 하지만 배경을 지움으로써, 사건은 사라지고 사람만이 남는다. 그렇게 사건의 맥락으로부터 분리된 인물들은 대상이 아닌 존재로, 하나의 개인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설명되지 않은 표정, 눈빛, 몸짓은 기사 너머의 삶에 대한 무한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나는 관람객들이 이 레이어들 속을 걸으며 그들과 우연히 마주치고, 서로 엮이고, 그렇게 자신만의 해석과 감정으로 관계를 다시 짓기를 바란다.


신문 지면에서 축소되고 조정되어 배치된 인물들은 인쇄 과정에서 번짐을 막기 위해 '망점'이라는 점의 집합으로 환원된다. <점으로 된 사람들>의 '점'은 바로 이 망점을 의미한다. 망점은 인쇄물의 명암을 조절하는 미세한 단위로, 이미지가 축소될수록 망점 간의 간격은 넓어지고, 인물은 점으로 흩어진 존재가 된다. 원래의 크기로 복원된 인물들은 그렇게 수많은 점들로 구성된 사람으로 다시 눈앞에 나타난다. 


관람객은 전시장에 들어서면 '점으로 된 사람들' 을 마주하게 된다. 이들은 배경도, 설명도 없이 오직 그 모습 만으로 존재하며, 하나의 이미지가 아닌 한 사람으로 다시 설 수 있게 된다. 어떤 시점에서는 '핸드백을 든 소녀' 가 '고뇌하는 여자' 를 바라보는 듯한 장면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교차하는 시선들은 기사화되지 않은, 그러나 가능했던 이야기들을 암시한다. 투명한 필름이라는 재료는 이들이 서로를 투과하게 만들고, 때로는 겹쳐지게 한다. 관람객은 그 사이를 걷는다. 인물들과 같은 3차원 공간을 공유하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을 읽고, 또 새롭게 상상할 수 있다.


이 작업은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납작하게 누워 있던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과정을 담고 있다. 관람객은 이들에게 다시 시선을 건네고, 목소리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게 전시의 끝에 다다르면, 벽에 걸린 거울 앞에 선다. 관람객은 거울을 통해 '점으로 된 사람들' 사이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주체적 관찰자였던 이가 어느새 또 하나의 등장 인물로 변화한다.


나는 이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일방적인 해석의 틀에서 벗어나, 각자의 방식으로 인물을 바라보고 다시 해석하며, 결국에는 서로에게 공감하게 되기를 바란다. 보도 사진 속 인물들이 점으로 흩어진 존재로 남지 않도록, 우리가 모두 다시금 입체적 존재로 살아남기를 바란다./ 김 수 진




오시는 길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97길 20-4, 엘리펀트프리지
전시 공간 주변 주차가 불가합니다. 

인근 공영 주차장(봉은사 및 코엑스몰)주차장 이용을 부탁드립니다.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1번 출구


관람시간

낮 12시 - 오후 5시

12pm - 5pm

매주 일요일 및 공휴일 휴무

Weekend and Holiday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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