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증식하는 코끼리

증식하는 코끼리: Jungyoonlee’s Drawing


Jungyoon Lee 이정윤

빨간색 하이힐을 신은 코끼리가 덩치보다 작은 차에 엉덩이를 걸친 채 운전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러다 코끼리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발견하고는 이내 가슴 한켠이 싸해진다. 코끼리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서커스 무대의 코끼리다. ‘스스로 누군가를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무거워서 일부러 하품을 크게 했지만’이란 배수연의 시 <우리들의 서커스>의 구절처럼, 우리는 맞지도 않는 하이힐을 신고 곡예하듯 살지만 별 일 아니라는 듯 하루하루를 그렇게 산다. 웃기면서도 슬픈 블랙 유머다. 

 

  작가의 작업에 코끼리가 등장한 건 엄마인 작가가 둘째를 낳아 기르면서부터였다. 작가는 우연히 본 책 속에서 아기 코끼리를 지키는 엄마 코끼리의 모습에 동질감을 느꼈다. 코끼리 공기 조형물은 현실적인 문제로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자신을 대신해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코끼리를 상상하다가 탄생한 작가의 분신이다. 

 코끼리를 보면서 떠올리게 된 관념은 그것과 연관된 다른 관념들을 끊임없이 떠오르게 한다. 하이힐은 벗고 싶지만 벗지 못하는 사회적인 프레임을, 여행 가방은 일탈을, 선인장은 외로운 인간을 닮았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이 연관 지어지며 또 다른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작가의 드로잉에 등장하는 코끼리, 여행 가방과 선인장의 연관성을 작가에게 물었다. 

“선인장은 어떤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 중 하나고 제 반려 식물이기도 합니다. 여기저기 여행하는 제 코끼리는 다양한 존재와 자연, 물건, 관객 등을 만나면서 계속 새로운 의미를 생산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은 마치 선인장, 다육식물들이 계속 증식하는 것과 같이 생각되었습니다. 드로잉에 등장하는 트렁크 가방은 코끼리 코(Trunk), 사람의 몸통(Trunk), 여행 가방(Trunk)을 포함하는 중의적 의미입니다.”


이정윤 작가가 사용하는 재료 역시 은유적이다. 드로잉에서 많이 사용하는 장지는 종이지만 질기고, PVC로 만든 공기조형물 코끼리는 거대하지만 가볍다. 최근작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 유리는 단단하지만 깨지기 쉽다. 세 가지 표현 매체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연약하면서 강한 존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작가는 부서지기 쉽지만 단단해 보이는 어떤 것을 통해 스스로를 보고 사회를 본다.

 작가의 작업에 등장하는 은유는 작가 자신이기도 하면서 작가가 속한 가족, 지역, 나아가 세계, 우주이기도 하다. 웃기지만 슬프고, 밝은 줄 알았는데 어둡고, 연약할 줄 알았는데 강한 것처럼 세상은 이분법적 논리로 설명될 수 없으며 항상 유동적임을 은유를 통해 말한다. 

 작가의 코끼리와 선인장은 늘 여행하며 한 곳에 뿌리 내리지 않는다. 끊임없는 이동으로 증식하고 성장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힌다. 끝없이 도전하고 창조하면서 기존의 가치와 고정된 생각들로부터 탈피하려 한다. 

 

 작가의 개인적인 체험에 기반을 둔 작업이지만 사회 속 개인의 이야기로 확장되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작가 스스로가 사회의 일원임을 인식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삶에 영감을 주고,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재구축하도록 하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 믿는 이정윤 작가의 가치관은 코끼리와 함께 무한히 확장하며 증식 중이다. 

                                      

           

                                          

글. 독립기획자& 엘리펀트프리지 대표 이정훈


작가노트(Artist’s Note)

코끼리는 그들만의 엄격한 규율과 통제 속에서 조직적인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인간과 매우 유사한 사회구조를 가진 동물이다. 그래서 인간을 표상화하기에도 적합하다 판단했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집약적으로 작업하고 있는 구두를 신은 코끼리 형상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시대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현대인의 일상을 담아낸다. 특이할만한 점은 내 작품에 등장하는 코끼리들은 거의 무리에서 이탈한 채 혼자 있으며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 앉아 담배를 피거나, 홀로 어디론가 탈주하고자 하는 외형을 취한다. 코끼리가 무리에서 빠져 나와 자유와 고독을 즐기는 것은 죽음을 담보로 한 일탈이다. 사회에 적응하며 인습을 따르며 살아가는 것과 그것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는 현대인의 혼란스러운 상황,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민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드로잉 위주로 전시예정이다.


그동안 주로 작업해온 공기를 주입하면 팽창하는 거대한 풍선 코끼리들을 내부는 텅 비어있고 언제든 주저 앉을수 있어 긴장과 이완을 동시에 가진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삶을 단단히 유지하기 위해 긴장을 한 채 균형을 유지하는 것과 같다. 거대한 조각을 만들어내기 이전에는 항상 드로잉의 과정이 동반된다. 드로잉은 외부로 에너지를 발산하는 설치작가로서의 에너지와는 반대의 경험을 하도록 한다. 에너지를 내부로 모으고 생각의 층을 쌓고 압축하여 하나의 이미지로서 떠다니는 생각을 압축하여 저장하도록 한다. 그 이미지는 이후에 변형을 거듭하여 또 새로운 입체 이미지로 언젠가 세상에 보여지기도한다. 지금 여기에 보여지는 드로잉 작업들은 주로 ‘장지’위에 아크릴물감, 먹 등 다양한 동서양의 재료들로 채워진다.


나는 캔버스에 하는 작업보다 장지 위에 그려내는 것을 선호한다. 장지는 매우 질기지만 또 찢어지기 쉬운 성질을 가진다. 이는 영원히 단단하게 존재할 수 없는 풍선을 작업의 재료로 사용한 것과도 일맥 상통한다. 그리고 최근에 유리를 재료로 실험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인 것 같다. 유한하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형과 색으로 어우러지고, 에너지를 증식하는 코끼리, 코끼리로부터 증식한 선인장은 종이 위에서 끊임없이 증식하고 또 다른 방식으로 삶과 작업의 외연을 확장한다.




2022 여름. 이정윤


오시는 길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97길 20-4, 엘리펀트프리지
전시 공간 주변 주차가 불가합니다. 

인근 공영 주차장(봉은사 및 코엑스몰)주차장 이용을 부탁드립니다.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2번 출구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5시

10am - 5pm

매주 토, 일요일 및 공휴일 휴무

Weekend and Holiday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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