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마인드스케이프

MINDSCAPE :  천주희 개인전 


Chun Joohee 천주희


                마음의 지도를 찾아가는 여정



처음 본 순간 우리의 옛 그림인 산수화가 떠올랐습니다. 조선 시대 산수화는 그림 속 먼 경치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이끌려 들어가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림에는 그려져 있지 않지만 아득히 멀어지는 경지, 즉 현실과는 무관한 무無의 세계를 체험하게 합니다. 이것이 바로 산수화의 가치이기도 합니다. 천주희 작가의 작품에서 이런 산수화의 매력을 느낍니다.

작품은 보는 이를 그림 속으로 이끕니다. 

눈 덮인 겨울산 같기도 구름 속 같기도 한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습니다. 시공간을 초월한 다른 차원의 세계를 이리저리 거닐다 보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고민들이 하찮게 여겨집니다.


천주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Mindscape(마인드스케이프)란 주제로 두 가지의 테마를 보여줍니다.

콘테, 먹, 금속 가루를 사용한 블랙 앤 화이트 드로잉으로는 '마음 속 상상의 풍경'을, 추상 아크릴 작업으로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합니다.

'마음 속 상상의 풍경'은 작가가 좋아하고 집착하는 선의 움직임을 콘테가 가진 깊고 섬세한 색감을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가던 어느 날, 폭우로 인해 비행기가 뜰지 걱정하던 순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간신히 이륙에 성공한 비행기가 평온해졌을 무렵 창밖으로 본 풍경이 생경스러웠습니다. 두바이의 높은 고층 빌딩들이 구름을 뚫고 나와 있는 모습이 어려움을 뚫고 올라온 인간의 욕망 같았습니다. 원하는 곳에 도달한 줄 알았지만 그 위엔 여전히 다른 구름이 존재합니다.(Mindscape "Between the clouds")


'마음 속 상상의 풍경'에서 형상이 드러나는 것과 달리 '내면'을 표현한 작업은 완전한 추상의 형태입니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가려짐과 동시에 드러내고 싶다"라는 상반된 감정을 표현합니다. 결점을 가리고 싶어 하나의 층을 쌓고 또 쌓지만 그 속에 있는 결점을 결코 완벽히 가리거나 없앨 수 없습니다. 작가가 '결점'이라고 표현한 본래의 모습은 얇은 유리막 같은 여러 겹의 레이어를 통해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Mindscape "Above the minds") 여러 겹의 층을 쌓다 보면 이전에는 마음에 들지 않던 것들이 바뀌어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존재하는데, 그 순간이 바로 작업의 끝이며 그 순간을 찾아 나가는 것이 바로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입니다.

보이지 않는 내부까지 드러내어 보이게 하고 싶다는 열망은 투명함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습니다. 

영국에 거주하다 보니 자연스레 성당에 갈 기회가 많았던 그녀는 스테인드글라스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가 내는 투명한 빛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고, 결국 여러 가지 안료를 섞어 만든 물감에서 그런 투명함을 발견합니다. 유리를 투과한 빛 같은, 캔버스에서는 절대 표현해낼 수 없을 것만 같은 투명함은 그녀 작품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대학 졸업 후 영국으로 건너가 석사를 마치고 그곳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한 작가는 이방인으로서의 삶과 예술의 균형을 위해 분투 중입니다.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여전히 흔들립니다. 작가와 이야기하며 저는 그녀가 그 여정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최종 목적지도 알 수 없고 정확한 지도도 없지만 마음속을 거닐며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가는 중입니다.




        글 . 독립기획자 & 엘리펀트프리지 대표 이정훈


                          MINDSCAPE



위를 향한 갈망으로 구름 위까지 올라가 본다. 또 다른 위의 세상을 꿈꾸고 기대하며 세상에 뿌리내리고 현실을 견디며 꿈을 키워 자라고 자라 구름 위로 올라왔다. 아래는 여전히 바람과 비를 맞고 있지만 구름 위는 청아하고 고요한 또 다른 세상이다.


드디어 나의 자리에서 부단히 노력한 끝에 올라온 이 공간은 끝이 아니다. 구름 위의 또 다른 구름이 때론 비를 내리고 나는 오늘도 더 높이 저 위의 구름을 뚫고 올라가기 위해, 위를 향해 몸부림쳐 본다. 

구름과 구름 사이의 공간은 절망의 도달함은 아니다.

또 다른 시작을 위한 기대와 사랑으로 내 안에서 품어, 웅크렸다가 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다림의 공간이다. 


빛에 대한 갈망이 있기에 살아갈 수 있다. 그림 안에서의 나의 선은 꿈틀대며 빛을 향해 분출구를 찾아간다. 올라가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또 다른 빛의 공간을 동경해 본다. 

비도 태풍도 바람도 내 마음 속에 새겨진 꿈을 그 믿음의 기도를 멈출 수는 없다.


이 세상에 굳게 서서, 그 자리에서 각자 자기의 길을 소망을 가지고 나아가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 안에서 풀어보고 싶다. 마음 속의 미지의 이미지는 투명한 레이어의 추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구름 위의 오묘한 풍경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브론즈가 산화하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폭발하며 금속 자신의 색을 버리고 또 다른 색의 옷을 입는다. 산화된 브론즈가 만들어내는 깊은 색감은 어떤 푸른빛의 물감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색을 발하며 무한한 끌림으로 깊게 스며드는 마음 속의 색의 드러냄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 속에도 우리를 보호하는 많은 막들과 층들이 있는 걸 느끼는 걸로 작업은 시작되었다.


투명하게 쌓여지는 그림 속에서 벌어지는 내면의 변화는 가리면서 드러내길 원하는 모순된 감정 속의 혼동을 투명한 매체를 이용해 덮어가는 과정으로는 그 속에 있는 결점을 결코 완벽히 가리거나 없앨 수 없다는 아이러니를 내포한다. 보여주기 싫고 감추고 싶었던 결점까지도 사랑하며, 내 안으로 품으며, 안으로부터 밖으로 투명한 보호막을 쌓아간다.


Above the clouds 시리즈와 Between the clouds 시리즈는 작가로서 기존의 추상 작업에서 또 하나의 도약으로 시작한 나의 도전이고 이제까지 내가 그려왔던 마음 속의 이미지의 형상화 작업이다.  구름 위의 구름의 층이 몇 층일지 얼마나 올라가야 되는지 막연하지만 그 올라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구름 위의 세상이 설레인다. 내 작업이 앞으로 얼마나 변하고 다양해 질지 모르는 그 소망은 끝이 없는 나의 분투인 동시에 행복이다.


                                         

                                                               작가 천주희





오시는 길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97길 20-4, 엘리펀트프리지
전시 공간 주변 주차가 불가합니다. 

인근 공영 주차장(봉은사 및 코엑스몰)주차장 이용을 부탁드립니다.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2번 출구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5시

10am - 5pm

매주 토, 일요일 및 공휴일 휴무

Weekend and Holiday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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