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간 7개월 13일 : Performance Art
이정훈 X AM1257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던 새해 연휴에 우연히 '종말' 을 다룬 이야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자세> 속 지구는 종말을 앞두고 있습니다. 엄청난 행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중이며 그 행성과 충돌하는 순간 지구가 멸망한다는 것을 세상 모든 이들이 알고 있습니다.
오늘을 즐겨라!
신호를 무시한 채 운전을 하고, 나체로 돌아다니고,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하고, 크루즈 여행을 떠나고, 다자간 연애를 즐깁니다. 내일이 없음을 알고 미친 듯 쾌락에 매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 우리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제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목표를 행복이라 말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면 행복해질까요?
작년 여름, 어릴 적부터 꿈꾸고 동경하고 늘 가보고 싶었던 곳을 여행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장소 속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니 감격스러웠습니다. 순간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고요. 그러나 얼마 지나자 만족감은 사라지고 다른 갈망이 생기더군요.
프로이트에 의하면 행복이란 어떤 바람의 충족, 불만의 충족, 불행의 충족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거나,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하거나, 되고 싶은 것이 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엄격한 의미에서 높은 수준까지 손상을 받게 되고 그 손상 받은 것이 갑자기 충족될 때 행복이 발생하게 됩니다.
원하던 것을 가졌을 때 그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이런 행복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오직 대조에서만 강렬한 즐거움을 느끼고 지속되는 상태에서는 즐거움을 얻지 못한다는 인간의 특성상, 인간이 행복해질 가능성은 이미 제한되어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현재의 즐거움을 미루면서 나중에 맞이할 달콤한 행복을 꿈꿉니다. 등반의 괴로움을 견디면서 묵묵히 정상에 오르면 절경을 볼 수 있는 행복을 기대합니다. 삶은 무엇을 이루기 위해 사는 것이며, 늘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고단함을 견디고 삽니다.
무언가를 이루면 그때는 행복감에 젖어 쉴 수 있을까요?
그러나 정산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많은 이들이 우리에게 이야기합니다. 삶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라고.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자세>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인 답을 주고 있더군요.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것처럼 행복은 일시적인 쾌락이 아니라 지속적인 만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이를 이루려면 미덕적인 행동을 실천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모든 인간 존재가 당신과 같이 귀하다는 것을 아는 것, 자비심 같은 긍정적인 마음을 키우면 행복해진다는 달라이라마의 행복론도 보여줍니다.
동료의 이름을 불러주고, 사사로운 삶을 나누면서, 당신이 소중하다고 말해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종말을 앞둔 지구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닐런지요.
'행복'이란
가까운 것 같지만 멀리 있고
늘 이야기하면서도 답을 알 수 없는 어려운 개념처럼 느껴집니다.
AM1257팀과 공동 기획하고 '퍼포먼스 아트'라는 장르로 표현될 이번 전시를 통해 행복에 관한 여러분 만의 답을 찾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남은 시간 7개월 13일.
당신은 무엇을 하며 어떻게 보내고 싶으신가요?
글. 독립기획자 & 엘리펀트프리지 대표 이정훈
오시는 길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97길 20-4, 엘리펀트프리지
전시 공간 주변 주차가 불가합니다.
인근 공영 주차장(봉은사 및 코엑스몰)주차장 이용을 부탁드립니다.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2번 출구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5시
10am - 5pm
매주 토, 일요일 및 공휴일 휴무
Weekend and Holiday OFF